금기의 사랑이 역사를 뒤흔든다??? 과연???
너무나 좋으신 울 선배님들 덕에... 쌍화점을 공짜로 두 번이나 봤다. 첫번째는 두 눈 뜨고 볼 수 없어... 한... 눈으로... 두...번째는... 두... 눈... ^^;;
두 번이나 봤는데 리뷰를 쓰지 않으면 왠지 벌 받을 듯 하여...
그럼 먼저 제목에 대한 해설부터... (제 버릇 개 못 준답니다... ^^;;)
<쌍화(雙花)>란 <상화(霜花)>의 음역으로서 호떡, 즉 만두의 뜻이다. 《악장가사(樂章歌詞)》에 전하는 가사의 첫머리는 다음과 같다. “쌍화점에 쌍화(雙花) 사라 가고신, 회회(回回)아비 내 손모글 주여이다. 이 말
미 이 점(店) 밧긔 나명 들명, 다로러 거디러 죠고맛간 삿기 광대네 마리라 호리라…”. 모두 4절로 된 이 노래는 당시의 퇴폐적인 성윤리(性倫理)가 잘 나타나 있으며, 유창한 운율과 아울러 봉건시대의 금기(禁忌)이던 왕궁을 우물로, 제왕을 용(龍)으로 표현한 점 등은 뛰어난 기교라 하겠다.
(네이버 백과사전)
이 이야기의 골자가 되는 역사적 사료에 대해 먼저 짚어볼까 한다. 영화가 뜨다보니 여기저기 이야기가 올려져 있을 듯은 하나...
먼저 시대적 배경은 고려 31대 공민왕 시대인 듯 하다. 몽골식 이름은 빠이앤티무르. 영화 속에서 원나라 사신이 왔을 때 통역 없이도 몽고어를 알아듣고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공민왕이 어려서 원나라에 들어가 자랐기 때문이었다. 그 후 위왕의 딸 노국공주를 아내로 맞이한 인연으로 고려 왕이 되어 고려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공민왕의 노국공주에 대한 애틋한 사랑은 유명하니... 노국공주는 본국으로 돌아와 몽골식 변발을 없애고 총관부를 고려 영토로 만드는 등 원으로부터 벗어나 자주적 입장을 취하려던 공민왕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왕을 시해하려는 자들로부터 자신의 몸을 던져 왕을 구한 일화도 있다.
그러나 이들 사이를 하늘이 시기한 것인지... 노국공주는 공민왕 14년에 아이를 낳다 난산 끝에 목숨을 잃는다. 그 후 노국공주를 그리워하는 공민왕의 마음을 이용하여 세력을 잡은 이가 바로 승려 신돈이다.
허나 신돈의 횡포가 심해지며 그 세력이 비대해져 가자 왕은 그를 멀리하게 되고 불안해진 신돈은 왕을 시해하려 하나 사전에 발각되어 처형된다.
신돈과 가까이 하던 시절, 반야라는 여성과의 사이에서 무니노라는 자식이 있었으나 원나라에 정식으로 인정받은 후사가 없자 후궁들은 왕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괴롭힌다. 그러자 여자는 가까이 할 것이 못 된다고 느낀 왕은 21년경 젊고 잘생긴 미남들을 골라 왕의 침전에서 일하고 기거하게 하였으니 이것이 자제위(영화 속 건룡위)이다.
이 풍습은 몽골에서 들어온 풍속으로 '용양'이라 하는데 지금 말로 하면 동성애이다. 일찍이 충선왕 때부터 이 풍습이 유행했으며 이 자제위들이 용양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자제위 가운데 홍륜이란 자가 있었는데 왕의 후궁 중 익비를 강제로 취해 임신을 시키게 되는데 이 사실을 자제위 중 최만생이란 자가 술에 취한 왕에게 고한다. 왕은 당장 홍륜을 없애리라 하며 또한 만생에게도 너도 함께 없애야 소문이 퍼지지 않겠지 하고 말한다.
깜짝 놀란 만생은 왕이 잠들자 홍륜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두 사람은 그 밤 잠든 왕을 시해하기에 이른다. 이 홍륜이란 인물이 영화 속 홍림이 된 듯 하다. 정사가 아닌 야사 중에 왕이 여러 비빈들 침소에 자제위를 보내 간통시켜 후사를 엳으려 했다는 내용도 있는데 감독은 이를 택한 듯 하다.
암튼 위 내용들을 이미 머리 속에 넣고 있던 나는 '왕의 남자'를 되새기며 기대에 부풀어 영화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후 밀려드는 허탈감은 어찌할 수 없었으니...
금기의 사랑이 역사를 흔든다?
충격적 소재...는 소재이나... 왕과 홍림의 사이, 즉 동성애가 충격이 아니라 홍림과 왕비와의 사이에 있었던 정사씬이 더 충격이었다. 여기서 이미 영화는 어그러졌다 여겨진다.
과유불급... 너무나 불필요한 정사씬이 남발되고 있었다. 처음 네 번의 정사씬은 꼭 필요한 씬이기는 했다.
첫번째 정사씬은 서로 필요와 명령에 의해 성공하지 못한 정사. 더군다나 왕의 사랑을 사이에 둔 견원지간이었다.
두번째 정사에서 서로 다른 육체의 차이를 비로서 알게 되고
세번째 정사에서 쾌락과 동시에 어렴풋이나마 사랑이라는 감정에 눈을 뜨게 되고
네번째 도서실에서의 정사에서 확실한 쾌락과 사랑을 만끽하게 된다.
이후의 정사씬은 아니되오, 아니되...오... 되...오, 되오...의 되풀이랄까... -_-;; 유하감독이 의도했는지 어떤지는 모르나 육체적 사랑(色)에서 정신적 사랑(愛)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의도했다면 위의 네번의 정사씬으로 충분했다. 이후의 정사씬은 오히려 이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단순히 사랑만을 바라는 여인의 애절한 눈빛, 그 왕비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홍림의 눈빛 다음 갑작스런 광기어린 정사씬이란...
차라리 왕과 홍림의 관계를 나타내는 씬들이 더 애절하고 좋았달까.
금기의 사랑은 역사를 흔들지 않았다. 너무나 평이한(? 퀴어물을 많이 보진 않았지만, 유하 감독님이 진정으로 선세이션을 일으키고 싶었다면 이쪽 씬을 더 파격적으로 했으면 좋았을텐데... 왕후와 홍림의 씬들은 포르노 그 이상은 안되지 싶다...) 정사씬 한 씬 이후엔 주로 심리묘사 중심이 된 이들의 씬들... 특히나 주진모씨의 연기에는 엄지를 번쩍 치켜들어 주고 싶다. -_-b
사랑하는 홍림을 바라볼 때의 애틋한 눈빛이나 질투가 끓어오르는데도 기품을 잃지 않는 모습이나... 다만 마지막 장면으로 치닫기 이전, 한백의 취조씬 등에서는 연기의 호흡이 약간 흐트러진 듯 보였던 것은... 역에의 완전 몰입은 역시 힘들었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했다는...
충격적 소재??? 이후는... 마지막 장면까지 완벽히 그 전개가 예상되는 진부한 플룻에 문제가 있었다.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 2시간 러닝타임을 채우려 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다만...
왕은 홍림과 왕비, 둘 다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 오만의 끝에 두 사람 모두에게서 버림을 받는다.
마지막을 향해 치달아 가는 중 어리석게도 왕은 또 묻는다...
"단 한번이라도 나를 정인이라 여긴 적이 있느냐? "
홍림은 왕이 혹은 모두가 예상하고 있던 답을 내어놓는다.
"없습니다. 단 한번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세 사람이다. 세 사람이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 홍림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듯한 느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조인성씨가 연기한 홍림은 홍림이 보여야했던 다양한 감정들을 끌어내지 못했다고 할까...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고 할까... 솔직히 보는 내내 불편했었다.
홍림의 저 마지막 대사는 여러가지 의미를 안고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단 한번도 정인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왕비를 죽였다고 생각해 그 복수심에 단순히 왕이 기대하는 답은 하고싶지 않은 마음이었을 수도 있고, 또는 그걸 꼭 말로 해야 알겠느냐는 반어법적인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복잡한 심경을 좀 더 표현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름다운 영상과 '가시리''쌍화점'이라는 OST의 시도는 높은 평점을 드리나,(아, 영화 중반에 들어간 클래식(기억이 나질 않는다. 라흐마니노프였을까??? ㅠㅠ)도 기왕이면 국악으로 시도했으면 좋았을 듯...) 과도한 섹스코드나 잔인한 살육장면은... 대놓고 나 상업영화요 라고 말하는 듯 해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