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명계남 모노 드라마 콘트라베이스

fervour12 2013. 9. 4. 17:31

 

2013.8.31(토) 오후 3시 사상 다누림 센터

 

고마운 선배님 덕분에 몇 년만에 보는 연극인지... 연극의 대중문화화를 위해 가벼운 연극만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요즘 보기 드문 정극. 게다가 모노 드라마.

 

'콘트라베이스'는 '좀머씨 이야기', '향수'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이다. 소설이 아니라 대본이며 이 작품으로 작가로써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처음엔 썩 기대를 하고 가지 않았다고 할까... 명계남님의 연세도 연세시려니와 배우의 길을 접으시고 정계에서 활동하신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게다가 2시간이 넘는 시간을 혼자 끌어가야 하는 모노 드라마다. 왠만한 내공을 가진 배우라 해도 꺼려하는 장르다.

 

그러나 극이 시작되자 그런 걱정은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시작 전 관객들과 교감을 하시던 중 그대로 극으로 옮겨가는 그 자연스러움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이미 환갑을 넘기신 연세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훨씬 젊은 극 중 역을 완벽히 소화해 내셨다.

 

도입부에서 주인공 '나'는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의 중요성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음악적 지식에 대해 거침없이 쏟아내며 시종일관 자신만만함을 내보인다. 콘트라 베이스가 '베이스'인 것 처럼 그 자신도 '베이스'이며 '베이스'가 가장 밑에 있지만 그렇게 받쳐주는 아래가 없으면 사회가 지탱할 수 없다며 콘트라베이스와 자신은 중요한 존재라 강하게 어필한다.

 

그러나 곧 다른 현악기와 콘트라베이스를 비교하며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애증을 드러낸다. 그것은 '사라'라고 하는 메조 소프라노 가수를 열망하는 자신에 대한 애증과 같은 것이었다. 콘트라베이스가 베이스로써 중요한 악기이기는 하나 제 1 바이올린처럼 없으면 안되는 그런 악기는 아니다. 게다가 독주를 하더라도 바이올린이나 첼로와 비교해 그 연주는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게 느껴진다. 지휘자와 공연과장과 같은 인물과 비교되는 자신이 그러하듯.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인생이지만 별다른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평범하게 어렵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나'의 인생에 '사라'가 나타나면서 그는 일탈을 꿈꾸게 되었다. 그의 일탈이 성공했는지 여부는 관객들의 몫이 되어있다.

 

극의 중간 중간에는 클래식 음악이 많이 삽입되며, 대사 중에는 난해한 인문학과 클래식에 대한 용어들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게다가 대본 자체가 외국 작품이라 한국인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배경에 대한 묘사도 있었을 것이나 명계남씨는 그것을 한국식으로 쉽게 풀어 관객들에게 이해시켰다. 더불어 현 한국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잊지 않으셨다.

 

공연 중 시종일관 무대 한 가운데 세워져 있던 콘트라베이스에 다양한 각도로 조명을 쏘아 콘트라베이스가 마치 하나의 살아있는 존재로 보이게 한 연출이 좋아 연출가의 이름도 확인. 다만 전문적인 연극을 위한 무대가 아니어서 그랬겠지만 조명 색때문에 콘트라베이스가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느껴진 것이 조금 아쉬웠달까... 또 무대 위의 꽃도 꽃바구니가 아니라 화병에 꽂힌 꽃이었다면 더 자연스럽고 좋았을 듯.

 

 

 

 

 

 

마지막으로 명계남씨와 찍은 사진과 명계남씨께 받은 직접 쓰신 손글씨. 극 중 '사라'의 대용품?으로 쓰이는 영광을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손글씨까지 주셔서 너무 감동받았다는.

 

이번 연말에 '파우스트'도 올리신다는데 부산에도 오셨으면 좋겠다. 보러 가고싶다. '파우스트'. 완전 어울리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