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나뭇골 사람들 극단 일터
아는 분 덕분에 또 간만에 연극 관람. 8월에 명계남님의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 이후 처음. 극단 일터의 회나뭇골 사람들.
요산 김정한 선생님의 원작을 바탕으로 김선관씨라는 분께서 연출을 하셨다. 연출의 좋았던 점은 음악과 효과음이 해금, 대금, 바라, 태평소 등 전통 악기를 이용한 점. 이 나이가 되니(^^;; 자폭이다) 넘쳐나는 세련과 기교에 지쳐 그런지 몰라도 단순, 소박, 스트레이트로 전해지는 감동이 좋아졌달까.
또한 연주가 분들도 필요한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극에 참여하시고 배우 분들이 1인 다역을 하심으로써 좁은 무대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었다. 관객들을 극에 참여시키는 것 역시 소극장 연극의 매력을 한껏 살리고 있었다.
극을 보기 전에 원작이 있는 것을 보고 검색해 보니 원작자이신 김정한 선생님은 부산출신이신데다가 남산동 생가가 문학관으로 꾸며져 있고 요산 문학제가 벌써 16회째를 맞았다고 한다. 그래도 나름 인문학을 하고 책을 읽는 주제에... 나의 무지를 부끄러워 하며 선생님의 작품을 검색하다 작품 중 '사하촌'이라는 작품을 보고 아~ 했다. 완전 무식은 아니어서 안도했달까... -_-;;
회나뭇골 사람들은 기미년에 있었던 만세 운동과 그 이후 회나뭇골 사람들이 겪은 고초에 대해 쓴 작품이다. 소설 '사하촌'에서도 잘 나타나 있지만 김정한 선생님은 리얼리티와 토속적이고 사실적인 문체를 추구하시던 분이시라고 한다. 연극을 보면서 원작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극을 보면서 소리하시는 양일동님의 '아리랑'을 듣고 눈물이 왈칵... 어쩌면 그리 구성지게 소리를 잘 하시는지...
배우분들도 다들 연기를 너무 잘 하셔서 마지막에 혼자 펑펑 운 듯. 특히 중간에 아이들 셋의 연기까지 하셔야 했던 양순심, 배진만, 조기정님 주요 인물 세 분은 감정 스위치 전환을 하시기 힘드셨을텐데도 전혀 이질감 없이 해 내셨다. 과연 베테랑!
둘째아들 역을 하셨던 하현관님은 영화 '미스진은 예쁘다' 의 역무원이셨던 걸 알고 또 깜놀. 우연찮은 기회에 재미나게 감상했던 독립영화였는데... 미스진역이 너무 인상깊긴 했지만 못 알아본 건 하현관님 그 영화 때보다 너무 마르신 듯. -_-;;
가을이 가기 전에 연극이라도 한 편 감상해서 다행. 보고 싶던 영화도 다 못 보고... ㅠㅠ 물론 나의 게으름의 소치였긴 하지만... 간만에 카타르시스도 느끼고... 괜츈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