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벌써 12회를 맞았다. 시작한 게 엊그제같고 한시간이 10분으로 느껴지는 놀라운 드라마가 벌써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오늘 드디어 민혁(지성)이 안도훈(배수빈)이 저지른 악행을 모두 알았다. 안도훈은 궁지에 몰렸고 신세연을 찾아가 자신에게 올 것을 애원한다. 그에게 있어 세연(이다희)의 사랑을 얻는 것은 보험과도 같은 것이기에.
‘너를 사랑한다’는 맹세는 예기치 않은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약속이다. 유정(황정음)은 그 맹세를 지키려 했으나 도훈에게 있어 사랑은 위태롭고 불안한 삶에 대한 보험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그것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이라고 이미 체득해 버린 민혁과 세연처럼.
사랑을 믿지 않으므로, 사랑에 대해 어떤 기대도 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사랑을 두고 선언하거나 맹세하지 않는다. 사랑(이라고 믿는 것)이 위험이 제거된 안전장치에 해당하는 교환양식이라는 것은 그것이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륜의 시대 -정치의 소멸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맺는 관계에 대해 중- 홍세화
안도훈이 보험처럼 세연의 사랑을 갈구할 때 그는 찌질해져 버렸다. 강유정의 복수는 안도훈의 사악함으로 그 힘을 얻고 있는데 안도훈이 찌질해져 버리면 그 복수도 빛을 잃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도훈은 아직 찌질해져서는 안된다. 아니 복수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안도훈은 사악함을 잃지 않았으면, 그래서 유정이 마음껏 복수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