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느의 프리 'Adios Nonino(아디오스 노니노)'.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의 작품이다. 이전 연아의 '록산느의 탱고'와는 확연히 다르다. 슬픔이 묻어나는 멜로디로 시작해 갑자기 경쾌한 리듬으로 바뀐다. 다시 차분해졌다 격렬해지는 음악. 프로그램을 짜기 상당히 난해했으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록산느의 탱고 때보다 확연히 세련된 스텝 시퀀스가 돋보인다.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음악과 춤이다. 영어로는 탱고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땅고라고 부른다. 땅고는 '춤추는 슬픈 감정'이라고 표현되는데 섹시하고 기교넘치는 땅고에 왠 슬픈 감정?
그것은 땅고가 1850년 경 수백만 명의 이민자들이 향수를 달래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에서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돈을 벌겠다고 홀로 이민 온 사람들이 절망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집과 사창가를 찾았고, 순번을 기다리던 남자들끼리 추던 춤이 땅고가 되었고, 춤에 맞게 만들어진 음악이 땅고 음악이 되었다.
땅고는 블루스 음악에 대한 문화적 상대물로써 아르헨티나인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음악이자 춤이며 많은 땅고 음악가 중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땅고의 거장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런 피아졸라의 'Adios Nonino'는 그에게 있어서 특별한 곡이다. 알려진대로 아버지를 추모하며 쓴 곡이기 때문이다.
1958년 피아졸라는 그때까지의 작품활동에 매너리즘을 느껴 아르헨티나를 떠나 뉴욕으로 갔으나 경제적 압박을 받던 중 반 카를로스 코페스 무도단과 함께 푸에르토리코를 돌며 연주한다. 그러던 중 1959년 10월 아버지 비센테가 고향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받았으나 당시 피아졸라에게는 아르헨티나에 돌아갈 여비가 없었다. 뉴욕으로 돌아와 실의에 빠져 방에 틀어박혀 몇 시간만에 작곡한 곡이 아디오스 노니노라고 한다. 피아졸라에게 있어 아버지는 아버지로써도 음악적 영감을 주던 사람으로써도 존경하고 중요한 존재였다고 한다.
특히 이 곡은 2002년 있었던 네덜란드 황태자 윌리엄 알렉산더와 막시마 소레기에타 황태자비의 결혼식에 쓰여져 유명세를 더 타게 되었다. 막시마는 아르헨티나인으로 그 아버지는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정권 하에서 일했던 정치인 호루헤 소레기에타였다. 막시마가 일반인인데다 외국인, 게다가 그 아버지는 대량학살을 일으켰던 군부독재 하에서 일했던 각료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네덜란드 국내에서는 황태자비로 막시마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소리가 높아져 갔다.
결국 막시마는 아르헨티나 국적을 포기하고 네덜란드 국적을 취득해 황태자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끝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때문에 그녀를 위해 황태자는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의 곡이자 아버지를 노래한 'Adios Nonino(아디오스 노니노)'를 결혼식 곡으로 선택했고 그 곡을 들은 황태자비는 부모님을 그리며 펑펑 울었다고 한다.
연아 역시 아버지를 생각하며 곡을 골랐다고 했다. 그녀에게 있어서도 아버지라는 존재는 피아졸라와 막시마의 아버지에 대한 일련의 감정들, 존경하고 사랑하는 존재이기에 곡을 고르고 프로그램을 짰으리라.
그리고 우리들은 소치가 끝나고 전설이 될 그녀에게 이렇게 인사를 고할 것이다. 'Adios Dea(안녕히... 여신님.)'
사족: 자그레브에서 시연했던 올블랙 의상이 너무 단조로워서 고개를 갸웃했었는데 이번에 바이올렛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단조로움을 피한 것은 아주 좋았다. 다만 저 바이올렛 색,,, 가능하다면 좀 더 미묘하게 색이 어두웠으면 하는...